거리에 서서히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면서, 연등행렬은 도심지를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다.

연등행렬은 올해 처음 한글로 쓰인 인로왕번과 오방불전을 선두로 취타대, 전통의장대가 뒤를 이었으며, 사천왕과 제석범층등, 육법공양, 아름다운 천상세계를 날아다니며 음악을 연주하는 주악비천을 형상화한 주악비천등이 이어졌다. 문헌을 토대로 복원한 북한의 전통등도 대거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또 중앙승가대, 동대부고, 동대부중, 조계사, 도선사, 화계사 등 다양한 사찰과 신행단체 등이 행렬을 이어갔으며,  의정부 영석고등학교 학생 150여명과 교사 등 200여명도 처음으로 연등회 연등행렬에 참여해 다양한 등을 선보였다.

연등행렬을 지켜본 시민들의 얼굴에도 환희심이 가득했다. 전통등을 바라보며 소원을 빌거나 핸드폰 카메라로 촬영하면서 박수갈채를 보냈다.

최은지(서울 동대문구, 23) 씨는 “우연히 인근 박물관에 구경 왔다가 올해 처음 관람하게 됐는데, 지방에 있는 가족들 건강과 행복을 빌었다”며 환하게 웃었다.

조유진(서울 종로구, 77) 할아버지는 “매년 가족과 함께 연등회를 보러 나온다”면서 “마음이 행복하고 연등회가 영원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명숙(경기도 고양, 57)씨는 “지난해 도반들과 행렬에 참여했었는데 올해는 응원나왔다”면서 “앞으로 연등회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마크 리퍼트 주한미국대사도 제등행렬을 보며 즐거워했다. 마크 리퍼트 대사는 "한국의 전통문화가 이토록 화려하고 아름다운지 몰랐다"며 "보기에도 예쁘고 사람들이 너무 즐거워하는 것 같아 덩달아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연등회를 관람하며 깊은 인상을 받은만큼 올해 아내와 아이도 함께 꼭 보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며 "부처님오신날을 즐기는 한국인들의 방식이 재미있다"고 전했다. 

연등행렬이 끝나는 오후9시30분에는 종각사거리에서 연등행렬을 마친 시민들과 함께 모여 회향한마당이 열린다. 강강술래 등 흥겨운 마당이 펼쳐지면서 하늘에서 꽃비가 쏟아지면서 축제의 대미를 장식할 예정이다. 다음날인 8일은 조계사 앞 우정국로에서 130여 개 부스가 참여하는 전통문화마당이 펼쳐진다.

연등을 밝히고 행진하는 연등행렬은 통일신라 때부터 이어오던 우리나라 전통문화로, 지난 2012년 중요무형문화재 제122호로 지정됐다.

'2016 슈퍼탤런트오브더월드' 대회 참가자들이 연등행렬에 동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