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를 아끼는 문화예술인들이 포교를 위해 한마음으로 뭉쳤다. (사)한국불교예술문화총연합회(회장 정광진)가 6월7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전통문화공연장에서 창립총회를 개최하고 출범을 선포했다. 연극, 영화, 미술, 음악, 연예, 미술, 건축, 무용, 국악, 문학, 사진, 다도·원예·사찰음식, 전통복식·패션 등 문화예술계 12개 분야 1200여명의 예술인이 동참하고 있다. 그간 분야별로 개별적인 모임은 있었으나 문화예술 전 영역을 아우르는 통합 협의체가 구성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을 증명으로, 도법스님과 전무송 원로배우가 명예회장으로 힘을 실어줬다.
한국불교예술문화총연합회는 한 사람의 원력에서 싹텄다. 회장인 정광진 J&C코리아뮤지컬컴퍼니 대표가 주역이다. 2000년대 초 남원 실상사 회주 도법스님과의 만남을 시작으로 많은 스님들과 교류하면서 불교에 심취하게 됐다. 원래는 자신이 연출한 연극 <이뭣꼬!>의 전국 순회공연을 준비하면서 연극인들끼리만 모이려고 했다. 하지만 불교예술 전반적으로 ‘대형 단체’에 대한 목마름이 크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어느 판이든 개신교가 우세하고 그러다 보니 배우를 섭외하기 어렵고 무대 빌리는 일에도 뭔가 차별을 받는 느낌이다. 불교 신자로 예술계에 몸담으면서 공통적으로 크고 작은 설움과 불이익을 당했기 때문이다. 조계종 총무원과 국회 정각회도 찾아 협조를 구했다. 이에 종단은 “예술계 전체로 확대하자”고 제안했고 이에 따라 전국의 불자 예술인들이 결집해 권익 신장을 도모하는 대규모 협회가 만들어졌다. 물론 야심차게 돛은 올렸으나 갈 길은 멀고 풍랑도 만날 것임을 잘 안다. 9월17일 도법스님이 주석하고 있는 실상사에서 ‘한국불교예술문화총연합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조언을 얻었다.
정광진 회장은 소통의 어려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사비를 털어 부처님이 등장하는 국내 첫 창작 뮤지컬 <오 부처님!>을 제작했었다. 부처님의 탄생·출가·고행·오도의 과정을 통해 불교의 진수를 보여주는 대작이었다.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네 번 이상 불교계의 감수를 받아가며 대본을 완성했고, 6곡의 합창곡과 6곡의 독창곡 등 총 20곡의 불교음악을 만들었다. 열정과는 달리 결과는 참혹했다. ‘특정종교’의 작품이라는 꼬리표가 붙어 공공기관 대관에 어려움을 겪는 등 손해만 입었다. 개인적인 실패 때문에 마음이 무거웠던 것만은 아니다. “불교라는 인류 최고의 지혜를 제대로 표현해내지 못해 대중의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화두에 아프다.
전무송 배우는 오랜 무명 시절 끝에 1981년 임권택 감독의 구도영화 <만다라>로 마침내 스타덤에 올랐다. 공동 주연 ‘지산스님’으로 활약하면서 연기만이 아니라 불교에 대한 안목이 크게 두터워졌다. 서울 경국사의 신도모임 ‘영산회’에서 30년 간 신행활동을 하면서 부처님 가르침의 위대함을 재삼 느끼고 있다. “불교의 위대함은 깨달음에 있고 그 깨달음을 대중에게 전해 참다운 행복을 선사하는 것이 불자 연기자의 사명”이라며 여실지견(如實智見)을 중시한다. “이념의 강요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보여주는 것에 불교예술의 진정성이 있다”는 소신을 갖고 있기도 하다.
도법스님은 꾸준히 생명평화운동을 전개해왔다. 생명의 기본적 속성을 서로 존중하면서 모두가 지헤롭고 자비롭게 어울리고 돕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 한다. “삶만 빛나는 것이 아니라 죽음도 빛나고, 젊음만 빛나는 것이 아니라 늙음도 빛나고, 인간만 빛나는 것이 아니라 자연도 빛나는” 가치관의 보급에 헌신했다. 요즘은 불교를 말하지 않고 생명평화만 이야기한다. 그래야만 교회에서도 성당에서도 신뢰와 공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불교예술문화총연합회의 목표는 원대하고 힘을 갖고 싶다. 전국 시도에 16개 지회를 완비하고 회원을 대폭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연극, 뮤지컬, 산사음악회 등 소규모 행사를 자주 열면서 역량과 유대를 키우면서 향후 국제불교예술문화축제 개최, 수련원 건립 등 대규모의 불사를 추진해 나가겠다는 포부다. 반면 논리적으로 이해되지 않으면 절대 지지해주지 않는 게 요즘 젊은 세대의 인심이다. ‘불교영화이니 불자들은 꼭 봐줘야 한다’며 동정에 호소할 게 아니라, 내용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쓴소리도 나왔다. 마침 이런저런 의견이 오간 절의 이름이 실상(實相)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