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핼러윈 참사로 귀한 목숨을 잃은 젊은이들의 극락왕생을 발원하는 스님들의 간절한 기도소리가 서울 조계사 앞마당에 울려 퍼졌다.
조계종(총무원장 진우스님)은 11월4일 조계사 대웅전 앞마당에서 700여명의 사부대중이 참석한 가운데 ‘이태원 참사 희생영가 추모 위령법회’를 거행했다. 국내에서 발생한 역대 최악의 압사 사고로 목숨을 잃은 희생자들 넋을 기리고 생명이 존중받는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 가는데 힘을 모으기 위해 마련된 이 자리에는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도 함께했다.
법회는 전체대중이 불교전통식으로 삼귀의를 봉독하는 것을 시작으로 엄숙하고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거행됐다. 총무원장 진우스님과 윤석열 대통령, 김건희 여사가 희생자들 영단에 꽃을 올리는 헌화 의식에 이어 종회의장 정문스님, 호계원장 보광스님, 포교원장 범해스님, 교구본사주지협의회 부회장 초격스님, 총무부장 호산스님은 향을 올리며 애도를 표했다.
총무원장 진우스님은 이날 추도사를 통해 “이태원 참사로 꽃다운 나이에 생을 달리한 영가님들 앞에 향을 사르고 추모의 꽃을 올린다”며 “사랑하는 아들, 딸을 가슴에 묻어야 하는 유가족들의 가눌 수 없는 슬픔에 마음 깊이 위로의 말씀을 올린다”며 말 문을 열었다. 타국에서 희생된 외국인 영가에도 애도의 뜻을 전했다.
총무원장 진우스님은 “기성세대들은 사회적 참사가 있을 때마다 재발 방지를 되뇌어 왔지만 그 약속을 또 지키지 못했다”며 “조금만 더 관심을 갖고, 조금 더 주의를 기울였다면 지킬 수 있었던 생명들이기에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추모의 시간을 거친 뒤 우리사회 재난안전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재설계를 통해 국민 생명을 최우선으로 하는 사회 안전망을 더욱 촘촘히 구축해 가야 한다는 요구도 덧붙였다.
총무원장 스님은 “불교계는 한량없는 책임감으로 유명을 달리한 영가와 유가족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으며 사회적 책임을 함께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이 땅에 남은 우리들은 생명이 존중받는 사회, 청년들이 꿈을 펼칠 수 있는 미래, 이웃들이 함께 안전하게 웃을 수 있는 평화의 세상을 만들어 나갈 것”을 다짐했다. 또 “이런 우리의 다짐이 영가님들이 왕생극락을 발원하는 길임을 깨닫고, 다시는 이런 참사가 발생되지 않도록 온 힘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추모메시지를 통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대통령으로서 너무나 비통하고 죄송한 마음”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또 “우리사회 슬픔과 아픔을 어루만져 주시는 대덕 스님과 불자들, 국민 여러분께도 감사하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사랑하는 아들딸을 잃은 부모님과 가족이 마주한 슬픔 앞에 가슴이 먹먹하다”면서 “그 어떤 말로도 그 슬픔을 대신할 말이 없다. 희생자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에 위로의 말씀을 올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슬픔과 아픔이 깊은 만큼 책임 있게 사고를 수습하고, 무엇보다 다시는 이런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큰 책임이 저와 정부에 있음을 잘 알고 있다”면서 “유가족과 치료 중인 분을 더욱 세심히 살피고 끝까지 챙기고, 저와 정부는 다시는 이런 비극을 겪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위령의식이 진행됐다. 조계종 어산어장 인묵스님이 집전하는 가운데 어산종장 화암스님과 도피안 스님, 동환스님이 20여분 동안 의식을 거행했다.
동환스님은 ‘이태원 화청’으로 영가들의 극락왕생을 발원했다. 동환스님은 영단을 향해 “애지중지 길렀건만 거리 중에 참사라니 불쌍하고 가련하다”며 “금일 지극한 정성으로 위령제를 봉행하는 공덕으로 서운함과 억울함, 아픈 고통 모든 원결 다 내려 놓으시고 부디 극락세계 가옵소서”라고 노래했다.
위령의식이 이어지는 동안 전국의 교구본사 주지 스님들을 대표해 관음사 주지 허운스님과 종회의원 주경스님, 성광스님, 삼조스님, 혜일스님, 보인스님, 성행스님, 심우스님, 정범스님, 우봉스님이 영단에 올라 헌화했으며 뒤이어 조계사 주지 지현스님, 봉은사 주지 원명스님, 도선사 주지 태원스님과 교육원장 직무대행 서봉스님, 기획실장 성화스님, 전국비구니회 총무부장 현진스님 등이 헌화했다.
전국비구니회장 본각스님은 사부대중을 대표해 발원문을 낭독하며 꽃다운 영가들의 극락왕생과 부상자들의 조속한 완쾌를 기원했다. 비구니회장 본각스님은 “꽃피우지 못하고 스러진 젊은 생명을 가슴에 안고 온 국민은 함께 통곡한다. 한 사람 생명도 아까운 지금 대한민국은 너무나 많은 생명을 일순간에 떠나보냈다”며 “누구 허물을 탓하기 앞서 우리 모두는 부처님 전에 참회한다”고 말했다.
본각스님은 “너무나 안일하게 대처했고, 남의 일처럼 바라보기만 한 허물이 너무나 크다”며 “이 아픔과 이 슬픔을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지 오직 기도하고 또 참회한다”고 했다.
이어 “저희 모두는 몸과 입과 마음으로 나날이 공덕을 쌓는 국민이 되어 이태원에서 희생된 꽃다운 영가들과 그 외 슬픈 많은 영혼들이 다 함께 고통을 여의고 즐거움을 얻도록 모든 공덕을 회향한다”며 “대한민국도 참담함을 딛고 일어나 생명을 존중하고 서로를 다독이는 나라로 거듭나기를 부처님 전에 발원한다”고 역설했다.
한편 이날 위령법회가 이뤄진 조계사에서는 11월4일을 시작으로 희생영가를 위한 49재를 봉행한다. 사시기도가 끝난 직후부터 진행하는 위령법회 이재는 11월11일, 삼재는 11월18일, 사재는 11월25일, 오재는 12월2일, 육재는 12월9일, 마지막 칠재인 49재는 12월16일 거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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