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남산 중턱에 쓰러져 있던 마애부처님이 발견된 건 15년 전 일이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2007년 5월22일 경주 남산 종합정비계획 일환으로 유형문화재 제113호 열암곡석불좌상을 조사하던 중 약 30m 떨어진 지점에서 쓰러져 있는 마애부처님을 발견했다. 심한 급경사면 흩어진 바위 조각들 사이, 타원형 얼굴에 오뚝하게 솟은 코와 아래로 내리뜬 길고 날카로운 눈매의 마애부처님 얼굴이 흠집 하나 없이 완전한 형태를 갖추고 있었다. 엎드린 부처님 상호와 바닥과의 이격(離隔) 거리는 닿을 듯 말 듯, 5cm에 불과했다.
1300여 년 세월을 뚫고 나온 마애부처님이었다. 통일신라 시대 전형적인 불상의 특징을 갖춘 마애부처님은 전체적으로 몸에 비해 머리 부분이 크게 표현된 4등신 구조로, 미루어 짐작건대 예불하는 이들이 부처님을 우러러 볼 때의 비례감을 고려해 조성된 것으로 추정됐다. 영적 힘이 깃든 경주 남산에 수많은 불상을 세우고 불국정토를 꿈꾸었던 통일신라. 불교가 융성해 전국 곳곳에 찬란한 불교 문화를 꽃피웠던 ‘불교 중흥기’를 짐작케 하는 ‘귀한’ 발견이었다.
기적이라 불린 만큼 연구, 조사, 보존, 복원도 여러 번 논의돼 왔다. 발견 당시 조사를 맡았던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2007년 긴급 정비 사업을 추진, 추가적인 슬라이딩(미끄러짐에 의한 붕괴)을 막기 위해 임시 옹벽을 설치하고 2008년 3D 스캔을 통한 형상 복원, 주변 정비, 안전 조치 등의 사업을 진행했다. 마애부처님을 안전하게 보존하고 주변을 정비하는 작업이 2011년까지 계속됐다.
구체적인 입불 방안이 나오기 시작한 건 2015년 이후부터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2015년 그간의 보존 및 정비 방안 등을 조사 분석한 종합 보고서 ‘경주 남산 열암곡 마애불상 정비 보고서’를 발간했다. 높이 5.6m, 무게 80톤에 달하는 거대 부처님을 일으켜 세우기 위해선 기술적 어려움이 따른다는 결과였다.
당시 연구용역을 맡은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전통적 공법으로는 입불이 어렵고 지반을 보강한 후 호이스트 크레인(고중량 물체를 다루는 장비)을 이용하면 마애불을 세울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 다만 입불 전 안전성 파악을 위해 모형 실험을 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24억원 실험 예산이 측정됐다. 전문가들은 예산이 적지 않은 만큼 안전 시설을 우선 설치해 현상 보존을 유지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입불은 다시 뒤로 미뤄졌다.
입불에 대한 움직임에 활기를 불어넣은 건 종단이 역점 사업으로 ‘열암곡 마애부처님 바로세우기’를 추진하면서부터다. 제36대 집행부가 2019년 ‘백만원력 결집불사’ 중 하나로 ‘열암곡 마애부처님 바로세우기’ 사업을 추진하며 관심이 모아지기 시작했고 그 바통을 이어받아 제37대 집행부가 출범 직후 제1과제로 다시 한번 열암곡 부처님을 언급하면서 현안으로 떠올랐다. 문화재청, 경북도, 경주시 등 관계 부처와 지자체도 최근 들어 종단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는 뜻을 직접적으로 밝히고 있다.
열암곡 마애부처님 바로 세우기는 이제 막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경주시가 진행하고 있는 연구용역조사가 내년 8월 결과를 낸다. 연구 초점은 ‘입불’이다. 종단은 기술적 법적 측면에서 속도를 낼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한편 안으로 사부대중의 원력을 모으고 밖으로는 국민적 참여를 도모할 수 있도록 범국민추진위원회를 구성할 예정이다. 대전제는 하나다. 예경의 대상으로 부처님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일, 그 과정에서 한 치의 훼손도 있어선 안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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