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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을 전송하다, 텔레 햅틱 가상 촉감

만약에 주차장에 세워 두었던, 내 차가 긁혀있는 걸 발견한다면 마음이 어떨까. 누구나 불쾌하고 속상한 마음으로 긁힌 자국을 바라보면서 우선 어느 정도 손상되었는지 파악하려 해본다. 하지만 눈으로만 봐서는 애매하다. 그럴 때 우리는 자연스럽게 손가락으로 손상 부위를 쓱쓱 하고 비비면서 만져본다. 자동차 외장이 어느 정도로 마모됐는지 또는 손상된 깊이가 어느 정도인지 촉감으로 파악하기 위해서다.

이처럼 촉감은 단순히 계란을 쥐는 것뿐만 아니라 유리컵을 들어 올리기 혹은 깜깜한 방에서 벽을 더듬어 가면 전등 스위치를 켜는 것 등등 세상을 감지하고 체험하는 데 다양한 역할을 한다. 인간은 외부 대상을 탐색해가는 과정에서 신체 부위 중 대부분 손을 많이 사용한다. 앞서 햅틱 기술을 정의하면서 언급했듯이, 햅틱스 기술은 피부가 물체에 접촉할 때 느껴지는 피부감각과 손의 미세한 근육들이 움직임과 위치를 느끼는 운동감각 두 가지의 감각을 모두 다루고 있다. 만약에 인간에게 이런 촉감이 없다고 상상해 본다면, 온도도 느끼지 못하고 통증도 느끼지 못하게 될 것이다. 뜨거운 물에 데어도 반응하지 못하고, 칼에 베이거나 찔려도 그대로일 것이다. 인간의 촉감은 세상을 인식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인간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도 절대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러한 인간의 촉감을 강화 혹은 확장할 수 있는 기술인 ‘햅틱스’는 최근 다양한 형태의 피부감각과 운동감각을 디지털 신호로 변환하여 데이터로 저장하고 혹은 전송할 수 있다.

이처럼 원격으로 촉감에 대한 데이터를 전달하는 것이 이른바 이 ‘텔레 햅틱’(tele-haptic)‘이다. 이 기술이 상용화된다면, 앞선 사례에서처럼 자동차가 무언가에 의해 긁히거나 부딪혀서 살짝 들어간 경우, 손가락으로 만져보았을 때 손상 깊이나 마모된 표면 상태의 촉감과 질감을 그대로 자동차 정비회사나 용품업체에 실시간 데이터로 전송하여, 바로 적합한 조치를 할 수 있도록 서비스해 주는 시스템도 가능할 것이다. 또한 반려 동물을 다른 곳에 맡기고 여행을 하다가도 이 기술을 통해 쓰다듬어 줄 수도 있고, 반대로 그 생생한 촉감을 느껴볼 수도 있게 한다.

감정촉각피부

사람들은 서로 악수하거나 포옹 등과 같은 신체 행위를 통해 감정을 주고받는다. 그만큼 인간의 촉감을 통한 정서적 교류는 매우 중요하다. 최근 국내의 한 연구팀은 이른바 ‘감정촉각피부’를 개발했다. 이것은 흔히 부엌에서 음식물 포장을 위해 자주 사용하는 ‘비닐 랩’처럼 투명하고 부드러운 잘 늘어나는 일종의 인공 피부라고 할 수 있다. 원료는 젤 형태의 폴리염화비닐과 수용성 고분자인 하이드로젤(hydrogel)을 사용한다. 이 하이드로젤은 화장품 원료로 친숙한 물질인데 생체 센서를 만드는 물질로도 사용된다. 특히 최근에는 인간의 두뇌와 기계를 연결하는 뇌-기계 인터페이스 기술에 기반 물질에 활용되면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이들 물질은 잘 늘어나기 때문에, 로봇 관절 부위까지 덮을 수 있어 사실상 전신을 다 커버할 수 있게 된다. 연구팀에 따르면 폴리염화비닐 젤은 센서 재질로, 하이드로젤은 전극 재질로 이용했다고 한다. 이러한 재질의 특성을 살려 만들어낸 것이 바로 이 ‘감정촉각피부’이다. 이것은 인공지능 로봇의 표면에 착 달라붙어서 마치 로봇의 피부와 같은 기능을 하게 된다. 예를 들어, 만약 로봇의 등을 쓰다듬거나 꼬집거나 혹은 두드리면 그에 따라 센서가 반응해서 바로 로봇의 표정으로 나타나게 할 수 있다. 마치 살아있는 고양이나 강아지처럼 쓰다듬어주면 나른한 표정으로, 꼬집으면 찡그린 표정으로, 두드리면 놀라는 표정을 짓는 것이다. 실제로 관련 영상을 보고 있자면 신기하면서도 재밌다. 기존에 인공 피부라고 하면 연상되는 것은 인간의 피부조직과 최대한 유사하게 만들어서 질감을 유지하면서도 기존 피부와 거부반응이 없는 의료용 소재들이다. 하지만 이런 방식의 인공피부가 등장하면서 단순히 인간 생체에만 국한된 촉감이 아니라, 인체 외부의 디지털 기기는 물론이고 인공지능 로봇과도 연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한마디로 인간의 신체 감각이 무한히 확대될 수 있다는 말이다.

‘햅틱스’, 메타버스와 현실의 경계를 허물다

최근 이 햅틱 기술이 특히 주목받게 된 것은 메타버스 시대의 도래가 결정적이다. 이제는 누구나 잘 알고 있듯이, 메타버스는 디지털 데이터 기술을 통해 온라인상에 가상 세계를 구현하는 것이다. 단순히 또 다른 세상을 만들어 놓은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실 세계와 상호융합되는 것이 이 기술의 핵심이다. ‘햅틱스’ 기술은 바로 그 융합 즉 인간의 감각과 메타버스 상호 간에 상호작용을 원활하게 만드는 기술 중 하나다. 최근 메타버스의 비약적 발전은 가상현실(VR)이나 증강현실(AR)에서 단순히 시각 정보와 청각 정보만이 제공되거나 공간감을 느끼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손으로 만지거나 움직이면서 입체적으로 외부의 사물을 느끼고 판단할 수 있게 한다. 인간의 오감이 모두 디지털 데이터로 구현될 수 있다면, 메타버스 세상에 들어가더라도 완전히 실재하는 공간처럼 믿게 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이 ‘햅틱스’ 기술은 메타버스에서 그 현실감과 몰입도를 끌어 올려주는 핵심 기술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지금은 메타버스 세상에서 실재감을 느끼기 위해서는 머리에 착용하는 디스플레이 장치(HMD)와 햅틱스 장갑을 끼고 있어야 하는 불편이 있지만, 향후 이것이 경량화되면 놀라운 일들이 벌어질 것이다. 지금까지는 인터넷에서 가짜 뉴스가 사회문제가 되고 있지만, 앞으로는 가짜 경험 혹은 체험이 문제가 대두될 것이다. 우리는 뭔가 못 미더울 때 이렇게 말한다. “네가 직접 봤어?” 혹은 “네가 해 봤어?”라고 말이다. 그만큼 우리는 시각과 체험을 통해서 사실을 받아들이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런데 메타버스 공간에서 마치 현실 세계와 똑같이 인간의 눈, 귀, 코, 혀, 몸이 작동해서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맛보고, 만지는 것이 디지털로 구현할 수 있다면, 과연 우리가 사는 세상이 진실인지 메타버스 속 세상이 진실인지 점점 그 경계가 희미해져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