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야 사랑인걸~ 정!말! 몰랐니~ 자기야 행복인걸~ 이!젠! 알겠니~.’ 트로트 음악 ‘자기야’가 흘러나오자 두둠칫 두둠칫 어깨 춤을 들썩이던 참가자들이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서기 시작했다. 신도들을 둘러보던 사회자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스친 것도 잠시, “그래요. 어디 오늘 죽자고 놀아 보죠. 뭐! 앞으로 나오셔도 좋습니다. 여기서 각 지역 춤신춤왕 1명씩만 남는 겁니다!” 이야기가 끝나기 무섭게 무대 앞으로 수십명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박자에 맞춰 트위스트는 물론 막춤까지, 좀처럼 흥이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자 사회자 목소리가 또 한 번 커졌다. “아니 1명씩만 남으시라니까. 왜~ 왜~ 대체 왜~ 들어가질 않아요오~!”
코로나로 침체 돼 있던 각 지역 법회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한 ‘서울 조계사 즐겁고 행복한 지역본부 법회’ 마지막 권역별 법회가 열리던 2월9일. 서울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지하 2층은 레크리에이션 열기로 후끈, 끊이지 않는 웃음소리로 가득했다. 32개 지역 법회를 5개 권역으로 나눠 3일 간 오전과 오후 5차례 법회를 진행해오던 조계사 신도국장 선봉스님은 춤추는 신도들 사이 사이를 오가며 부단히 박수를 치고 흥을 돋웠다.
“3년 동안 위축되고 답답했던 우리 신도분들 오늘만큼은 다 벗어 던지십시다! 광란의 도가니탕 만들 준비, 지~대로 하고 오셨죠?! 우리 남부 지역 본부 부회장님이 상품도 겁나 많이 준비했어요. 당첨된 분은 이따가 얼굴 닦는 국물(화장품)도 드릴 거고, 신도회 수석 부회장님은 뜨끈하니 속 데우시라고 어묵 세트도 준비하셨답니다.”
선봉스님 맛깔스런 입담에 웃음이 빵빵. 강서, 마포, 양천, 영등포, 부천, 인천 등 서부지역 6개 본부에서 올라온 100여 명 신도들은 저마다 ‘영!등!포!’ ‘인천! 인천!’ 등 구호를 외치며 열성으로 게임에 임했다. 각 본부마다 빨간색, 회색 고무장갑과 손수건 등 응원물품을 준비해 목이 쉬어라 구호를 외치기도 수차례. 본부장들 소개에 이어 몸풀기 게임과 댄스가 끝날 때 즈음엔 신도국장 선봉스님이 2부를 예고하며 “이 즐겁고 기쁘고 감사하고 충만한 마음으로 부처님께 기도하자”고 말했다.
스트레스를 한껏 날린 신도들은 각자 팀을 이뤄 경쟁적으로 게임에 참가했던 1부와 달리 2부가 시작되자 두 손을 앞에 모으고 한 마음 한 목소리로 ‘신묘장구대다라니’를 합송하기 시작했다. 각 본부에서 정성으로 준비한 6개 공양물을 부처님 전에 조심스레 모시고 ‘관세음보살’ 정근도 했다. ‘즐겁고 행복한 지역본부법회’ 정점은 마지막 시간. 부처님 가르침을 배우고 스스로의 삶을 가다듬는 신행 활동인 ‘법회’의 기본으로 돌아가 한목소리로 발원문을 외는 시간이다.
“하나, 선한 덕행과 선한 과보로 서로 협력해 고와 낙을 함께할 것을 일체제불 보살님께 발원합니다. 하나, 스스로를 내세우고 남을 헐뜯기 보다는 서로 도와주고 이해하며 양보할 것을 발원합니다. 하나, 언제든지 상냥하고 평온하게 웃음지어 모든 일들을 친절하게 대할 것을 발원합니다. 하나, 나를 태워 주위를 밝히는 등불처럼 희생과 헌신으로 무명을 걷어내길 발원합니다.”
코로나가 잦아 지면서 침체된 지역 법회에 활기를 불어넣을 방법을 고민하다 레크리에이션을 가미한 법회를 기획했다는 선봉스님은 이날의 활기찬 기운이 전국적으로 퍼져나가길 기대하는 마음이라고 했다. 선봉스님은 “코로나를 거치며 각 지역마다 힘이 많이 빠지고 쳐져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딱딱하고 지루한 법회에서 조금은 벗어나 활기를 줄 수 있는 시간들로 채워 다시금 신심 가득한 에너지가 전역에 퍼지길, 활발한 신행 활동을 되찾을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했다. 고민정 동부지역본부 부회장은 “그간 같은 지역에서 활동하더라도 비대면으로 얼굴 조차 보기 힘들었는데 각 지역에서 함께 모여 모처럼 얼굴도 보고 단란한 시간도 보낸 것 같다”며 “이 좋은 기운과 에너지들이 각 지역에 퍼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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