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적이고 무제한적인 사랑

부처님의 자비는 인간의 한 마음을 가장 아름답게 꽃피운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비야말로 불교의 꽃 중에 꽃입니다.

<화엄경>에는 자비에 대해 이렇게 표현한 대목이 있습니다.

"부처님은 무수한 과거세에 걸쳐 중생을 위해 대자비의 바다를 닦았다. 여러 중생을 따라 생사에 들어가 모여든 사람들을 널리 구제해서 청정케하셨다."

 부처님께서는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모든 사람들을 위해 대자비를 닦았으며 생사의 고통에서 헤매고 있는 사람들을 널리 구제하여 훌륭한 삶을 살게 한 것입니다.

 자비는 곧 불교의 윤리적 이상향입니다. 자비의 원어는 마이트리야(maitriya)로서 자애(慈愛)라는 뜻입니다. 자비를 세분하여 풀이하면, 자(慈)는 중생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이며, 비(悲)는 중생의 괴로움을 제거해 주는 것을 말합니다.

 앞의 자(慈)에는 친구, 벗이란 뜻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것은 특정인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우정을 표시하는 일입니다. 가까운 친구나 형제에게 정감어린 감정으로 대하는 것은 쉬운 일입니다. 그러나 여기서 자비의 의미는 모든 이웃에게 우정어린 마음으로 대하는 것을 말합니다.

 비(悲)의 원래 뜻은 탄식입니다. 사랑의 의미도 있지만 슬프다는 뜻에서 비롯된 말입니다. 남의 괴로움과 슬픔을 보고 탄식하고 비탄하는 일이 비(悲)의 숨은 뜻입니다. 나아가서 남의 슬픔을 가엾이 여기고 동조(同調)하는 뜻도 있습니다.

 어머니가 자식을 생각하는 마음을 자(慈)라 한다면, 아버지가 자식을 생각하는 마음은 비(悲)라 할 수 있습니다. 그 모든 사랑을 합하여 자비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자비라는 말 속에는 어떤 입장의 사랑이나 우정이든 가엾이 여기고 탄식하는 마음의 작용까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자비에는 어떤 경우라도 중생을 저버리는 일이 없습니다. 때문에 자비에는 증오가 수반될 수 없습니다. 설사 부처님을 해치고 불교를 비방하는 경우에도 그것은 결코 적이 될 수 없다는 것이 불교의 자비 사상입니다.

 자비의 사상에는 버리는 것이 없습니다. 미움의 대상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 점에 있어서 다른 종교의 사랑과는 엄연히 구분되는 것입니다. 부처님의 자비는 무조건적이고 무제한적인 사랑입니다. 누구와 누구를 구별하는 분별적인 사랑이 아닙니다. 그래서 그냥 자비라고 하지 않고 대자대비(大慈大悲)라는 표현을 씁니다. 부처님의 대자비는 한량없는 바다와 같은 것입니다.

 <화엄경>에는 이런 가르침이 있습니다.

"선남자여, 나는 그릇된 지혜를 지닌 중생에게 대비(大悲)를 일으키며, 악한 행동을 하는 중생에게 대비(大悲)를 일으키는 것이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