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에서는 사물을 보는 관점을 여러 가지 차원으로 말하고 있습니다. 그것을 대개 세 가지로 나누어 말합니다. 그 세 가지는 바로 가관(假觀), 공관(空觀), 중도관(中道觀)입니다. 가관은 거짓으로 보는 입장이며, 공관은 공의 관점에서 보는 입장이며, 중도관은 진리 그 자체로서 보는 입장입니다.

 이것은 중생을 보는 입장이나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돌 하나를 보는 입장이나 다 똑같습니다. 단지 우리의 견해와 수양에 따라서 사물, 사람을 어떻게 보느냐 하는 것의 차별이 있을 뿐입니다.

 그와 마찬가지로 부처님께서는 중생들을 부단히 제도하셨고 지금도 제도하고 계시지만 중생을 어떻게 보고 제도하느냐에 대해서는 우리 나름으로 생각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우리의 입장에서는 중생이 분명히 있고 그 중생은 아주 미혹해서 깨닫지 못한 사람이라고 보아서 제도를 하려 합니다. 그것은 가관의 입장입니다. 다시 말해서 그것은 중생의 입장인 것입니다.

 그러나 부처님의 입장은 그렇지 않습니다. 중생을 교화해도 참으로 중생이 미혹하고 못났기 때문에 제도하는 것이 아닙니다.

 또 한 가지 관점은 모든 중생과 더불어 이 삼라만상이 모두 공한 것으로 보는 입장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공관입니다. 만약 모든 게 공한 것이라면 어떻게 중생을 제도할 것인가 하는 의문이 따르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것은 완전한 견해가 될 수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부처인 중생을 제도한다는 입장입니다. 이것은 중도관으로서 중생을 보는 가장 바람직한 견해입니다. 완전한 부처님의 지견으로 중생과 사물을 보는 입장입니다. 부처님께서 교화는 하지만 엄밀히 말해서 교화할 자도 없고 받을 자도 없는 것입니다.

 부처님의 교화는 바로 중생을 볼 때 부처될 종자로서의 중생을 제도한다는 입장이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이것은 다른 것과 차원이 다른 궁극적인 견해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오랜 세월에 걸쳐 교화를 펼쳤는데 그냥 막연하게 하신 것이 아니라 바로 중도관에 입각해서 교화했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합니다.

 <유마경(維摩經)>에 부처님의 교화의 넓고 깊음을 표현한 것이 있습니다.

 "번화한 거리를 두루 돌며 중생을 이롭게 했다. 바른 가르침을 다스려서 온갖 중생을 구호했다. 강론(講論)하는 데 들어가 대승(大乘)으로 인도했다. 여러 학교에 들어가 아이들을 좋은 길로 이끌었다. 여러 매음굴에 들어서 애욕의 결과를 보였다. 여러 술집에 들어가 그 뜻이 흔들리지 않음을 보였다.

 부호들과 같이 있을 때는 부호들의 존경받는 자가 되어 그들을 위해 수승한 가르침을 설했다. 거사들과 있을 때는 거사들의 존경받는 사람이 되어 그들의 탐착을 끊었다. 찰리(刹利, 귀족. 왕족)들과 같이 있을 때는 찰리들의 존경받는 자가 되어 그들에게 인욕을 가르쳤다. 바라문과 같이 있을 때는 바라문의 존경받는 자가 되어 그들의 아만(我慢)을 끊었다. 대신들과 같이 있을 때는 대신들의 존경받는 사람이 되어 그들에게 바른 도리를 가르쳤다. 왕자들과 같이 있을 때는 그들에게 존경받는 사람이 되어 그들에게 충효를 가르쳤다. 내관(內官)들과 같이 있을 때는 내관들에게 존경받는 사람이 되어 그들을 교화해 바로잡았다. 서민들과 같이 있을 때는 서민들에게 존경받는 사람이 되어 그 복력(福力)을 일으키게 했다.

 이런 무한한 방편으로 중생을 이롭게 했다."

 부처님은 여기에 표현된 것과 같이 어디에도 막힘이 없는 교화를 펴셨습니다. 부처님의 교화의 방편이란 참으로 막힘이나 걸림이 없이 자유자재한 것입니다. 그 대상에 각각 맞는 법으로써 제도했던 것입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관음경>에는 관세음보살의 교화 활동을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거사를 위해서는 거사의 몸을 나타내서 그를 위해 설법하고 제도하며, 청신녀의 모습으로 제도해야 할 사람에게는 청신녀의 모습으로 제도했던 것입니다. 온갖 모습을 다 나타내서 그들의 수준에 맞게 그들을 위해서 제도했다는 표현이 많이 있습니다.

 부처님의 덕행과 지혜와 자비에 넘치는 교화 활동을 펴시고 계십니다. 넉넉한 자비와 충만한 지혜로써 어디에도 걸림이 없는 법을 전했던 것입니다. 심지어 저 축생에 이르기까지 자비를 베풀어 교화한 모습을 경전에서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부처님처럼 완전한 인격자가 되었을 때 그 교화는 참으로 자유자재할 것입니다. 부처님의 모습을 통하여 우리들의 전법이나 불교의 양상과 비교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부처님의 교화는 아무런 대가나 보수를 바라지 않는 것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