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우리는 역사적인 부처님을 통해서 진리로서의 법신의 존재와 그로 인한 영향력인 보신의 존재를 깨닫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삼신불은 셋일 수도 없고 둘일 수도 없으며, 하나이면서 셋이고 셋이면서 하나인 관계에 있습니다.

 그동안 부처님의 깨달음, 원력, 지혜, 자비, 교화에 대해서 설명하면서 굳이 부별하지 않고 마음 속에서 막연하게 부처님을 그려왔습니다. 부처님을 막연하다고 표현하는 것이 애매모호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그것이 가장 정확한 표현입니다. 왜냐하면 그런 표현이 바로 우리들 마음 속에 자리 잡고 있는 신앙의 대상으로서의 부처님이기 때문입니다.

 신앙의 대상으로서의 부처님은 역사적인 부처님도 해당되며, 영원한 생명으로서의 부처님도 해당됩니다. 그것은 우주 법계에 충만해 있는 부처님이며, 사람 사람의 마음 속에 있는 부처님이며, 과거 현재 미래를 통하여 영원한 부처님입니다.

 또 수행 공덕을 가장 잘 나타내고 있는 서방정토의 아미타불뿐만 아니라 미래에 나타나실 미륵부처님도 신앙의 대상으로서의 부처님입니다. 다시 말해서 마음 속으로 떠오르는 모든 부처님을 다 포함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그냥 막연하게 부처님이라고 말할 때는 이처럼 온갖 부처님을 다 떠올릴 수 있습니다. 그것이 결코 틀린 생각이 아닙니다. 어쩌면 그것이 가장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는 부처님인 것입니다.

 때때로 불교를 이론적으로 공부한 사람들은 역사적인 부처님에게 초점을 맞추어 인격화된 부처님만을 생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석가모니 부처님 이외에는 다른 부처님이 없다고 한다든지, 다른 부처님은 부처님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하나의 오류입니다. 그런 편견은 잘못된 것입니다.

 우리가 종교로서 불교를 이해하고 본래적인 의미에서 부처님의 입장에 선다면 그 모든 것이 포함된 것을 부처님이라 할 수 있습니다. 낱낱이 나누어서 존재 여부를 구분짓는 것은 종교적인 차원에서 본다면 거리가 먼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막연하게 이해되는 부처님이 마음 속의 신앙의 대상으로 자리잡고 있음은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

 그럼 여기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통해 경전에 나타난 여러 부처님의 대강을 살펴 보기로 하겠습니다.

 삼신불과 더불어 과거, 현재, 미래를 통해 나타나는 부처님으로 삼세불(三世佛)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서 과거의 일곱 부처님으로 과거칠불(過去七佛)이란 말을 쓰기도 합니다. 현재불로서는 대표적으로 석가모니 부처님을 꼽을 수 있습니다. 미래에 나타날 부처님은 미륵불(彌勒佛)이 있습니다.

 미래불에 대해서는 석가모니 부처님이 열반한 후 오십육억 칠천만 년 후에 나타난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때가 되면 용화세계(龍華世界)가 되어 현재 보살의 지위에 있는 미륵보살이 부처로서 이 세상에 나타나 중생을 교화한다고 말합니다.

 어떤 학설에 의하면 지금은 석가모니 부처님의 교화시대는 끝났고, 미륵 부처님의 시대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잘못된 주장이므로 현혹되지 말아야 합니다. 현재는 분명히 석가모니 부처님의 불교시대입니다.

 그 다음으로는 방위(方位, 동서남북)로서 부처님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를테면 동방 월세계에는 약사유리광여래불, 서방 극락세계에는 아미타불, 남방 환희세계에는 보승여래불, 북방 무우세계에는 부동존여래불 등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가장 뚜렷하게 떠올리는 역사적인 인격자로서의 석가모니 부처님 또한 이 모든 부처님 속에 포함되는 것입니다. 삼신불을 위시해서 천 불, 만 불 등 수많은 부처님은 아무런 근거 없이 지어낸 것이 아닙니다. 그 명호가 낱낱이 경전상에 명기되어 있는 것입니다. 그 많고많은 부처님은 석가모니 부처님의 가르침을 통해 나타난 부처님인 것입니다.

 기서 우리는 한 가지 사실을 분명하게 기억해야 합니다. 그것은 이 모든 부처님의 근본되는 스승은 바로 석가모니 부처님이란 것입니다. <예불문>에 보면 '시아본사(是我本師) 석가모니불(釋迦牟尼佛)'이란 대목이 있습니다. 바로 근본되는 스승은 석가모니 부처님이란 사실입니다.

 우리는 많고 많은 부처님을 새롭게 만나고 또 가르침을 배우게 됩니다. 그러나 그것은 석가모니 부처님의 가르침을 통해서 우리에게 소개된 것들입니다. 우리가 몰랐던 많은 부처님의 정신세계를 배우게 된다고 하더라도 근본되는 스승이 석가모니 부처님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요즘에는 경전상에 나타나는 수많은 부처님을 천불전, 만불전이라 하여 직접 모시는 경우도 많습니다. 어떤 면으로는 참으로 좋은 현상으로 여겨지기도 하나 편견 속에서 왜곡되게 이해한다면 부처님게서 의도하신 바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경전상에 나타난 수많은 부처님은 엄밀하게 말해서 온 우주가 모두 부처님으로 이루어져 잇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법당마다, 지역마다, 곳곳마다 부처님은 존재하는 것입니다. 부처님의 존재는 이해하는 관점에 따라 그 폭이 한없이 넓어질 수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