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에서 법(法)이란 말은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불교 경전의 상당한 부분에 걸쳐 법에 대한 가르침을 펼치고 있음을 볼 때 법의 중요성을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법이란 말 속에는 여러 가지 뜻이 담겨 있습니다. 경전에 나타난 용법을 낱낱이 살펴 보면 십여 가지나 됩니다. 그 중에서 특히 중요한 세 가지 의미를 살펴 보겠습니다.
첫째, 법이란 존재 그 자체를 의미합니다. 다시 말해서 법이란 말 속에는 모든 존재란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제법(諸法)이란 말로 표현하는 것입니다.
둘째, 법이란 존재의 양상을 나타내는 말입니다. 다시 말해서 존재의 법칙으로서 법이란 표현을 쓰는 것입니다.
셋째, 법이란 부처님의 가르침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교법(敎法)이란 말로 표현하는 것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존재의 법칙에 근거하여 깨달음을 성취하셨습니다. 다시 말해서 부처님께서 깨달음을 성취할 수 있었던 것은 존재의 법칙을 여실히 파악했기 때문입니다.
불교는 깨달음의 내용을 가르침으로 해서 시작된 것입니다. 그 깨달음에 의한 가르침을 법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존재 그 자체나 존재의 법칙이 부처님의 가르침과 다르지 않은 것입니다. 부처님께서는 존재 그 자체와 존재의 법칙을 가르치신 것이며, 그것을 깨달았던 것입니다. 그래서 법의 세 가지 의미는 결국 하나로 귀결되는 것입니다.
여기서는 다만 부처님의 교법을 중심으로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교법이란 한 마디로 인격 완성의 길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중생이 부처가 되어가는 과정을 낱낱이 열거한 것이 바로 교법입니다. 그래서 흔히 교법을 인간 완성의 길로, 성불로 나아가는 지침서나 안내서, 노정기로 표현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보다 성숙한 인간으로 나아가기 위한 길이 부처님의 교법 속에 담겨 있습니다. 그 길을 따라 우리는 진정 행복하고 평화로운 삶을 누릴 수 있는 것입니다.
부처님의 교법을 전통적으로는 오시교(五時敎)라고 하여 다섯 가지로 분류하기도 합니다. 또 근본불교의 가르침, 부파불교의 가르침, 대승불교의 가르침 등으로 열거하기도 합니다. 그 밖에도 내용별로 다양하게 교법을 나누기도 합니다.
교법을 구체적으로 표현한 것이 팔만대장경입니다. 이것은 곧 우리의 신앙 대상이기도 합니다만 그 전체적인 내용을 완전히 이해하기는 대단히 힘든 일입니다.
팔만대장경 중에는 <화엄경>이 팔십 권으로 제일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 방대한 대장경은 그 내용을 다 읽지 않고 경전의 이름만 열거해도 공덕이 크다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교리, 교법을 낱낱이 분석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경전 이름만 열거하는 것도 그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교법을 사상적으로 분류해서 살펴 볼 수도 있습니다. 원시불교 사상으로는 주로 팔정도, 십이인연, 사성제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원시불교에서 좀더 발달하여 중도(中道)를 집중적으로 다룬 중관사상(中觀思想)이 있습니다.
또 유식(唯識)사상이라 해서 인간의 심성(心性)에 관하여 다룬 부분도 있습니다. 그 다음은 열반(涅槃)사상이라 해서 부처님의 열반에 대한 것을 하나의 사상으로 취급한 것도 있습니다.
요즈음은 <법화경>을 중심으로 하는 법화사상을 천태(天台)사상으로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매우 중요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또 <화엄경>을 중심으로 해서 화엄사상을 펼치기도 합니다. 그밖에도 밀교사상, 선종사상 등이 있습니다.
이와 같이 세분되는 모든 사상들도 전부 부처님의 교법헤 근거를 두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부처님의 교법을 철학적인 이론으로 정리해 볼 수도 있습니다. 근본 교설로서 삼법인(三法印)이 있으며 연기설, 중도설, 사성제설, 팔정도설과 그러한 것에 근거한 우주에 관계되는 우주론과 만유제법(萬有諸法)에 대한 분류를 치밀하게 세분한 내용도 있습니다.
교법을 또다시 현상론(現象論)과 실상론으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현상계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하는 현상의 존재법칙을 업장(業障)의 측면에서 다룬 연기론은 매우 종요하게 다루어지고 있습니다. 연기의 문제는 이론적인 입장에서 여러 가지로 세분할 수 있는데 그것은 결국 현상론에 입각해서 현상계의 문제를 어떻게 파악할 것인가를 생각한 것입니다.
그 다음으로 인간의 참다운 모습 즉, 실상론에 입각하여 다룬 가르침이 잇습니다. 현상의 진실한 모습은 현재의 눈에 비친 그대로인지 아니면 달리 참다운 실상이 따로 있는지에 대한 문제를 다룬 가르침이 많이 있는 것입니다.
그것으로는 팔불중도설(八不中道說)이나 공(空)의 가르침, 유(有)에 대한 가르침, 중도(中道)사상, 제법실상(諸法實相)에 대한 이야기 등과 같은 이론이 많이 연구되어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부처님의 일대 교설은 분류하는 방법에 따라 여러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여기서는 부별(部別)로, 이론별로, 사상별로 그 대강을 분류해 보았습니다.
이것을 구체적인 경전을 들어 말한다면 우리가 많이 읽고 독송하는 것들입니다. 다시 말해서 <금강경>, <법화경>, <화엄경>, <능엄경>, <원각경>, <무량수경>, <승만경>, <열반경>, <유마경> 등의 경전이 이에 해당합니다.
이 교법은 신앙인으로서 신앙의 대상으로 삼아야 하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것은 공부의 대상이 되며 우리가 익혀야 할 과제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