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스승은 물었습니다.

"자네 앞에 보이는 것은 무엇인가?" 구도자는 대답했습니다.

"지금 제 눈앞에는 병풍, 책, 벽 등이 보입니다." 스승은 말했습니다.

"그토록 너의 앞에서 눈을 찌를 듯이 다가오고 있는 그 사실에 대해 달리 불교를 묻다니 참으로 어이가 없구나."

그렇습니다. 그렇게 분명히 우리의 눈앞에 역력히 나타나고 있는데도 우리는 또 묻고 있습니다. 스승은 가장 분명하고 적절한 방법으로 불교에 대해 가르치고 있습니다.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직접적인 방법으로 가르치고 있습니다. 불교는 인간의 삶을 벗어날 수 없고 우리의 삶과 하나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일체 현상은 불교다."라는 (금강경)의 말씀을 위시해서 우리를 당황하게 하는 선각자의 무수한 가르침을 달리 해석해서는 안 됩니다. 그 가르침은 너무나 밝고 뚜렷합니다.

불교의 올바른 이해에 접근하는 데 있어서 참으로 엉뚱한 방향으로 가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불교를 올바로 가르치는 절대의 원칙입니다. 언제, 어느 대, 어떤 경우의 불교를 만나고 또 신행생활을 한다고 해도 이런 대원칙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