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해서 (사제론)에는 이런 말씀도 있습니다.

"사람들은 여러 가지 견해에 집착해서 자기의 뜻은 옳고 다른 것은 그르다고 비난한다. 그리하여 이런 고집 때문에 서로 싸우기 일쑤인데 마치 소경이 코끼리를 만져보고 말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래서 가장 뛰어나며, 죽음도 없고, 싸움도 없는 그러한 세계를 성취하기 위해서 부처님은 가르침을 펼친다."

이 말씀 속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우리는 서로 대립하는 주의 .주장을 갖고 있습니다.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그것은 오관에 의한 삶을 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너무나도 짧은 소견과 눈앞의 것만을 바라보는 그런 한정된 삶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각자 별개의 눈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 각자가 믿고 있는 믿음이 옳다고 주장하며 다른 사람을 비난하게 됩니다.

그런데 죽음도 없고, 싸움도 없고, 대립된 주의.주장도 없고, 전도된 삶도 없는, 그래서 가장 뛰어난 성스러운 지혜를 나타내고자 부처님께서는 가르침을 펼치셨습니다.

수많은 천재들이 수천 년에 걸쳐 진리를 탐구하는 일에 참여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서로 다른 주의.주장들은 제자리 걸음을 해 왔습니다. 불교의 입장에서 본다면 그들은 사념(思念)이나 분별에 의해 진리를 포착하려 했던 것입니다. 이러한 사상은 처음부터 한계와 상대성을 띠고 출발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진리에 대한 올바른 탐구란 불가능한 것입니다.

예를 들어 갑이 옳다고 한다면 그 나머지의 을이나 병은 갑에 대해 저절로 상대적 대립관계에 놓이게 되는 것입니다.

중국 선종의 육조(六祖)스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불사선(不思善) 불사악(不思惡)하라."

이 말씀은 곧 선(善)도 생각하지 말고, 악(惡)도 생각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이것은 우리의 고정된 가치관을 무너뜨리는 중요한 말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