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과 같은 성자도 정해진 업은 소멸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우리가 인과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당연히 과보를 받는 것은 두말 할 나위가 없습니다. 부처님께서도 일생을 통해 그런 일은 허다히 많았습니다.

한 가지 예로, 부처님께서는 돌아가실 때쯤 등에 등창이 났습니다. 왜 등창이 났는지에 대한 의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설화에 의하면 부처님께서 수행자로 있을 때 낡은 누더기 속에 '이' 한 마리가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바느질을 하다가 그만 그 '이'를 죽여 그 과보로 등창이 났던 것입니다. 이처럼 누구든 과보를 받는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무서운 교훈을 던져주고 있습니다. 부처님과 같은 분도 결정된 업은 면하지 못했다고 하는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때때로 인과를 잘못 이해하다 보면 인과에 끌려 꼼짝달싹 못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오히려 인과를 너무 무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인과를 생각한다면 일상의 하나하나 행동들을 정말 조심스럽게 해야 하는 것입니다. 자기가 지은 업은 백천 겁(劫)이 지난다 해도 터럭만한 오차도 없이 인연이 결합되는 순간 분명히 과보를 받는 것입니다.

인과의 문제는 오랜 세월을 지난다 하더라도 순후보로 받게 됩니다. 흔히 하는 말로 금생은 과거생에 지은 결과이며, 금생에 지은 것은 다음 생의 결과를 초래한다고 합니다. 또 과거를 알려고 한다면 지금 자기의 모습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다음 생이 어떤지를 알고 싶다면 금생에 자기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느냐를 관찰해 보면 될 것입니다.

또 경전의 말씀을 들어보겠습니다.

 "욕지전생사(欲知前生事) 금생수자시(今生受者是) 

  욕지래생사(欲知來生事) 금생작자시(今生作者是)"라고 하여 '만약 전생의 일을 알고자 하면 금생에 받는 것이 바로 그것이고, 다음 생을 알고자 하면 금생에 하고 있는 것이 바로 다음 생의 모습이다.'

우리는 지금 불교와 인연을 맺어서 그 가르침 아래 공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만남은 다음 생에도 틀림없이 불교와 인연을 맺어 바른 가르침을 듣게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살아가면서 좋은 인연을 잘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부처님 가르침 중에 매우 유명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하루는 부처님께서 제자들을 데리고 길을 가다가 종이 한 장을 주웠습니다. 그 속에는 향기가 배어 있었습니다. 부처님께서 그것을 주워 제자들에게 확인해 보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모두들 향기가 난다고 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그 종이는 틀림없이 향을 쌌던 종이일 거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또 한참을 가다가 이번에는 새끼줄을 주워 냄새를 확인하게 했습니다. 제자들은 모두 비린내가 난다고 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그것이 생선을 묶었던 새끼줄이었을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매우 중요한 사실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종이나 새끼줄에서 처음부터 향기나 비린내가 난 것은 아닙니다. 향을 쌌던 종이에는 향기가 나지만 생선을 묶었던 새끼줄에는 비린내가 나는 것입니다.

우리의 삶도 생선을 가까이해서 비린내를 풍길 것인지, 향을 싸서 향기를 내뿜을 것인지는 각자의 생각에 달려 있는 것입니다. 부처님의 이 가르침 속에는 인과의 철칙이 역력히 깔려 있는 것입니다.